해운대에서 류가 사는 법

몇년전 두달간 친구의 결혼식 참석차 류와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당시 류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행은 처음이어서 무지 설레여했지요. 예방접종을 해야되는거 아니냐며 묻기도 했답니다...


2달간 머물 예정이었기때문에 우리는 해운대에 작은 오피스텔을 빌렸습니다. 부산에 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직접 류를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어서 서로 불편할까봐 따로 집을 얻었어요. 작은 나라 아일랜드에서 온 류는 비록 작은 오피스텔이긴 하나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했더랬습니다. 특히 몇일전에도 본인이 직접 포스트 했지만 디지털 도어락.. 여기에 푹 빠져서 ㅋㅋ 한동안 페이스타임과 스카이프로 가족, 친구들과 통화할때마다 직접 본인이 디지털 도어락으로 열고 잠그는 시범을 보여주며 신기하다고 침이마르도록 칭찬을 했어요.


류가 좋아했던 것들이 궁금하다면... 

2015/01/11 - [우리들의 이야기] - 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 Things I like


아일랜드는 오래된 유럽 도시라서 현대적인 건물이 많지 않아요. 열쇠도 아주 큰!! 진짜 크고요. 영화에서 나올법한 그런 모양 열쇠를 쓰는 곳이 아직도 많아요. 그래서 해운대를 미래적이라며 좋아했고 건물들, 특히 디자인이 특이하고 굉장히 모던한 건물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어요.


해운대에 있던 두달간 류의 하루는 참 단순했지요.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서 (대부분 12시 전후) 해운대에 수영을 하러 갑니다. 물론 아직 물이 차갑기 때문에 수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역시 아이리쉬 남자! 몸의 체온이 일반이이랑 다른건지 시원하고 좋다며 혼자 신나게 수영하러 갑니다.



이 넓은 백사장에 류 혼자 있어요.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물이 너무 차갑지 않은지 맛보기를 하고 있네요. 여기 한가지 비밀이 있는데요, 수영을 갈때마다 매일 수건이랑 조리, 썬크림을 넣어다니던 큼지막한 가방이 있었는데요, 류는 이 가방이 크기도 크고 막 쓰기 좋다며 수영갈때나 장 보러 갈때나 항상 애용했었지요. 첨에는 그 가방을 든 모습이 너무 웃겼는데요, 그 이유가 가방 한쪽에 아주 커다란 글씨로 'ㅇㅇ요구르트' 라고 써있었기 때문이에요. 으하하하, 요구르트 아줌마들이 쓰던 가방인것이죠! 이 가방이 어찌하여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된것인지는 모르지만 류는 당시 한글을 겨우 읽을줄 알았기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냥 들고 다닌것이죠. 이 비밀을 나중에 아일랜드로 돌아온 후 제가 얘기해 주었는데요 왜 그때 말해주지 않았냐며 본인도 엄청 웃겨했었어요! 요즘도 가끔 가다 내 요구르트 가방 잘 있냐며 한국에 다시 가면 그거 써야 한다고 매번 확인한답니다. 그 가방은 우리 엄마 보호아래 아주 안전하게 있어요~



열심히 수영하고 나면 당연히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죠~ 그러면 류는 홈플러스에 갑니다. 아일랜드에는 시식이 없기 때문에 처음 홈플러스에서 시식을 보고 문화충격~ 이후 매일 매일 들르는 코스가 되었습니다. 군만두 하나 집어먹고~불고기 한점 집어먹고~ 이것 저것 음료도 먹어보고~했지요. 그 중에 류가 제일 좋아했던것!!! 외국인 모두가 반한다는 믹스 커피!! 당시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믹스커피를 한잔씩 타 주었는데 어떤 날을 한잔 먹고 홈플러스 한바뀌 돌고 다시 가서 '미안합니다. 맛있어요. 한개더 주세요' 하면서 ㅋㅋ 연습한 대사로 한잔을 더 얻어먹기도 했지요. 믹스 커피를 좋아해서 지하철에서도 지하철 기다리는 동안 자판기에서 커피를 자주 뽑아마셨어요.

이렇게 먹고 쉬며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 장을 보고 홈플러스를 나옵니다.



그러면 대충 저녁시간이 되고 둘이서 깨작깨작 요리를 합니다. 엄마가 준 쿠쿠 밥솥에서 '취사를 시작합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 말도 어찌나 신기해 하던지 나중에는 '쿠쿠~'하고 따라하더라구요. 가끔 자기 밥솥도 잘 있냐며 묻는데 이 역시 엄마의 보호아래 잘 있다며 안심시켜줍니다.


두달간 제일 많이 해 먹은게 찜닭소스 사다가 당면넣고 해먹은 찜닭같아요. 당면도 너무 미끄러워서 젓가락으로 먹지도 못했는데 나중에는 혼자 집어먹을 수준이 될만큼 많이 늘었어요. 젓가락도 저를 만나고 처음 들어본 류,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제는 찜닭소스만 있으면 혼자 야채넣고 당면넣고 찜닭을 아주 잘 만들어요~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일좀 하다보면 밤 11시. 그러면 둘이 또 나가서 류가 제일 사랑했던 씨유 밖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먹거나 컵라면, 삼각김밥을 먹고는 했지요. 아니면 둑이라고 하나요? 바닷가에 벽처럼 둘러진 곳에 앉아 둘이 야경 보면서 간식을 먹거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동백섬으로 산책도 가고 자정이 넘어 바닷가도 걷고.. 류가 참 많이 좋아했었어요.


그리고 제일 놀랐던것! 해운대 바닷가에서 와이파이로 페이스타임을 이용해 가족과 통화를 했는데요 모두들 엄지를 들며 대단하다고 인터넷이 안깔린 곳이 없다며 놀라워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부산은 이제 류에게 제2의 고향같은 곳이에요. 류가 너무너무 사랑하고 그 곳에서의 삶을 좋아했었어요. 어서 빨리 류와 함께 다시 해운대로 돌아가고 싶네요.


참치마요와 컵라면이 그리운 밤입니다....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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