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와 달팽이 크리스마스 만찬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나요?

저와 류는 하루종일 먹고 뒹굴뒹굴하기만 했는데도 어찌나 피곤하던지 오늘 오후 1시까지 잤네요.


저희는 옆집 커플 알리슨과 제롬의 초대를 받아 제롬의 부모님댁에서 크리스마스 식사를 했는데요, 역시 프랑스! 점심식사를 꼬박 3시간을 했어요. 다 먹으니 진짜 말그대로 치우고 저녁준비해야 할 시간. 


도착하니 테이블이 간단히 준비되어 있었어요. 

아래에 보이는 술은 우리가 준비해간 아이리쉬 위스키에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산 위스키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스코틀랜드산은 whisky를 쓰고요,아일랜드산은 whiskey로 표기한다고 해요. 간단하지만 차이가 확실하죠?




식사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샴페인과 간단한 치즈를 내어주시네요. 

치즈위에 각종 스파이스들이 놓여있어요. 

부드럽고 진한 치즈 맛!




샴페인을 한잔씩 가볍게 하고 나니 제롬이 

"흠,,흠,, 잠깐만 할 말이 있어요" 

라며 사람들의 주목을 끕니다. 준비해 온 종이를 나누어주는데 저희에게는 영어로, 부모님께는 불어로 되어 있는 것을 줍니다. 모두들 갸우뚱...

제롬이 일어나서 준비해온 말들을 읽어줍니다. 사랑하는 알리슨에게 하는 프로포즈네요! 둘은 약 3년정도 연애하고 저희 바로 옆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커플이에요. 알리슨도 우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롬은 정말 로맨틱해요~ 제롬은 알리슨에게 PACS를 하자고 했어요. 팍스는 결혼과 동거의 중간에 있는 형태로 합법적인 동거(?)같은 개념이라고 해요. 알리슨에게 준비해온 반지를 주고 알리슨은 너무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답니다. 


크리스마스날,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로포즈. 정말 꿈같은 프로포즈 아닌가요? 알리슨과 제롬이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할일(?)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먼저 굴을 내어줍니다. 한국을 떠난 후 싱싱한 굴을 먹어본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흑흑.. 너무 싱싱해서 눈물이 나올지경.. 굴을 발라내고 위에 식초+양파 소스를 얹거나 아니면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고 하는데요, 정말 상큼한 바다맛이 나서 입이 즐거웠어요! 우리 류는 아일랜드라는 섬나라 출신이지만 입은 촌스러워서 해산물을 잘 못먹어요. 초밥과 회는 가능한 레벨인데 아직 굴처럼 살아있는것은 너무 높은 레벨이라 도전하지 못했네요. 총 7명 식사를 했는데 굴을 먹지 못하는 유일한 한사람이었다는 슬픈 이야기.. 

주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참!!! 제가 굴을 먹다가 진주를 발견했어요! 대~~~박!!! 제롬 어머님이 평생 굴을 드시면서 진주는 한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나는 정말 행운아라고 하셨어요! 아주 눈꼽만한 사이즈였지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진주는 잘 모셔두고 있답니다. 


다음 메뉴, 류와 제가 두려워하던 순간이 다가왔어요.. 둘이서 초대받고서는 너무너무 신나했는데 메뉴를 듣고서는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가슴한켠에 두려움이.. 


달팽이에요. 버터와 허브로 요리했는데요. 가만 생각해보니 골뱅이랑 비슷한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좀 찾아보니 골뱅이는 물에 살고 달팽이는 땅에살고, 골뱅이한테는 문이 있고요. (입구에 약간 딱딱한 것)


사실 골뱅이도 잘 즐겨하지 않아서 달팽이가 골뱅이랑 똑같다고 해도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어요. 씹으니 골뱅이 같은 느낌이긴하지만 자꾸 달팽이라 생각하니 달팽이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하고..ㅡ.,ㅡ 한개 먹어보고 더 달라고 해서 3개 더 먹었어요. 근데 일부러 사먹진 않을것 같아요..


류는 맛있다며 6개를 싹싹 비웠답니다. 

집에와서 말하길 생각했던것보다 정말 맛있는 맛이었대요. 





새로운 메뉴를 내올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와인이나 샴페인을 따로 주시더라구요. 식사내내 5-6병 먹은것 같아요. 집 창고에서 보관했던 오래된 와인을 꺼내 주셨어요. 


다음 메뉴는, 또 하나의 두려운 요리, 푸아그라입니다. 내장 종류는 소세지빼고는 먹지 않는 저라서 엄청 무서운 요리였어요. 미리 요리 하셔서 푸아그라 전용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숙성해 두셨더라구요.


푸아그라용으로 두가지 소스를 주셨는데요. 하나는 무화과 소스, 하나는 양파 소스에요. 빵에 원하는 소스를 스프레드한 후 푸아그라를 조금 잘라서 얹어서 먹는거라고 하네요. 소심해서 푸아그라를 조금만 잘랐어요. 사실 소스 맛이 강해서 푸아그라는 거의 맛이 안났어요. 맛이 날까 두려워서 소스를 더 많이 바르기도 했네요. 


사진을 찍어 둔 것이 있지만 올리진 않기로 했어요. 류와 저 둘다 푸아그라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비윤적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푸아그라 먹는것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어서 아마 두번다시 먹을 일을 없을것 같네요...하지만 초대된 자리가 자리인만큼 맛보는 정도만 먹었습니다.


한창 푸아그라를 먹고 있을 무렵 비싼 버섯이라며 조그마한 병을 주셨어요. Truffle 이라고 비싼 버섯이라는데 한국말로 찾아보니 서양송로네요. 한송이에 50유로 정도 한다는데 엄청 비싸죠? 병에 들은 것은 마늘 오일과 머스타드를 섞었는지 코가 잠시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리고는 창고에 짱 박혀있던 다른 와인을 가지고 오십니다.





이제 드디어 메인요리. 지금까지 애피타이저였네요. 이미 저는 배가 엄청 부른 상태구요. 메인 요리는 버섯이랑 허브로 속을 채운 각각 다른 맛의 치킨 요리와 감자, 이름모를 야채가 있어요. 야채는 오일에 마늘넣고 볶은 것 같은데 이 날 처음 먹은 굴 빼고 제일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요. 먹으면서 비빔밥에 넣으면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네요 ㅋㅋ





메인까지 먹으니 이제 저 뿐 아니라 모두 배가 부른가봅니다. 

쉬어가는 코너로 치즈와 다른 와인을 줍니다..헉헉..





넓적한 치즈는 향과 맛이 아주 강한 치즈인데 맛있었어요. 그리고 피라미드 모양의 치즈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치즈로 여기 사람들이 즐겨먹는 염소치즈에요. 부드럽고 맛있어요. 류가 제일 좋아하는 염소치즈에요!


그리고 진짜 마지막 디저트로 케익을 먹습니다. 다른 샴페인과 함께요.





이렇게 먹으니 세시간이 걸릴수 밖에요. 많이 먹으것 같지 않으면서도 엄청 많이 먹었네요. 케익도 동네 베이커리에서 특별주문 하신거라는데 장식이 귀엽죠? 산타는 초인줄 알았는데 초코였어요.





이렇게 먹고 알리슨과 하비에르 (아! 이 친구도 같이 갔었어요. 베네주엘라에서 온 영어, 불어를 완벽하게 하는 청년!!)는 자러 갔어요. 알리슨 왈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때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날이래요 ㅋㅋㅋ 


그리고 제가 느낀 것! 알리슨은 이날 손하나 까딱하지 않았어요. 제롬의 어머님이 다 준비하시고요. 음식 내오시고 접시 바꿔주시고 다 하셨어요. 잠시동안 우리나라라면 이게 가능할까 생각했네요. 


다들 자러 가고 저와 류 제롬은 동네 구경을 갔는데요. 

동네가 무지무지 이쁜데 동네는 따로 소개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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