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없어 가게 예약하다

오늘은 햇살이 완전 봄이에요! 한국의 날씨는 어떤가요?

어제부터 켈틱 달력으로 봄에 접어들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날씨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일을 좀 하다가 아침에 해 뜨는 것을 보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책을 다녀왔어요. 아직 여기 시간으로 12시 갓 넘은 한낮이에요. 일찍 일어났더니 하루가 아~주 긴 것 같이 느껴지는데 왠지 벌써부터 하루를 보람차게 보낸기분이에요! 몇일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자고 저녁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는데 그럴때 오후에 눈을 뜨면 얼마나 허무하고 왠지 모를 짜증이 났었거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잘한 일을 하고도 아직 12시라니.. 하루가 48시간 같아요! 좋은 의미로요.


가벼운 산책 후에 햇살이 아주 잘 드는 카페 창가에 앉아 류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친구 딸에게 보낼 엽서를 썼어요. 아마 그 아이에게 생애 첫 엽서가 아닐까 하는데요, 부디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류가 집이 아닌 다른 길로 가길래 어딜가냐고 물었지요.


"어디가는 거야? 집에 안가?"

"머리카락 없어 가게"

"머리카락 없어 가게? 그게 뭐야?"

"머리카락 없어! 가게!"

그러면서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흉내를 냅니다.

"아~~미용실!!!!!"


그렇습니다. 류는 이제 2주 뒤면 한국을 가니까 미용실을 예약하고 싶었던 거에요. 2주 전에 잘라서 좀 자리잡은 머리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네요...ㅎㅎㅎ 함께 머리카락 없어 가게에 가서 예약을 하고 둘이 집으로 가는 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언어를 배울때, 모르는 단어를 말해야 할때 참 창의적이 되는것 같아요. 아는 단어들로만 조합해서 원하는 말을 해야하니 가만히 들어보면 너무 창의적이고 기발하고 직감적인것 같아요. 


어제는 류가 잠시 슈퍼에 팬케익을 사러 갔는데 그 사이 제가 화장실에 가려고 문을 열어보니 류의 한글 메모가 또 있지 않겠어요? 변기 커버를 덮고 그 위에 메모와 휴지를 나란히 놓았는데 메모지에는 바로 이렇게 씌여져 있었답니다.

"잘 동"


이해하셨나요? ㅎㅎㅎㅎ 이제 부터 조금 더러운(?) 이야기를 할거에요. 식사를 하시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은 스킵해주세요... 류가 쓴 '잘 동'의 뜻은 good 똥을 하라는 말이에요.. ㅋㅋㅋㅋ  이 말은 류가 화장실을 갈때마다 제가 굿똥이라고 하는데 그말의 한국어 버전인가봐요. 'ㄸ', 'ㅃ','ㄲ'나 'ㅋ','ㅍ' 같은 소리는 헷갈려 할때가 많아요 외국인 입장에서는 'ㅂ'이나 'ㄱ'이랑 비슷한 소리로 들린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에게 더 큰 빅재미를 주네요!


이런식으로 짧은 메모,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메모를 발견하면 피식 웃음이 나며 하루가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방법으로 좀 재미있게 해 주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네요.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 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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