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더 민감한 외모에 대한 발언

모두들 다 다르게 생겼어요!


외국에서 살다보면 외국인과 우리의 가치관이 상충될때가 종종있습니다. 가치관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지요. 그런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외모에 관한 발언인듯합니다. 


저 역시 류와 데이트를 하던 초기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몇번의 데이트를 하는 동안 류는 자신의 좋은 점에 말해달라고 했지요. 별로 진지한 대화는 아니었고 펍에서 나눈 농담같은 대화였어요. 그래서 저도 별 생각없이 대답을 했더랬습니다. 


"니가 키가 크고 모델처럼 아주 잘생기진 않았지만 니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좋아. 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나 가치관이 좋고 세상에 열린마음을 가져서 좋아. 아! 그리고 너 손도 이쁘고 피부 진짜 좋아! ㅎㅎㅎㅎㅎ"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정도로 이야기한것 같아요. 농담을 섞어서 류가 가진 좋은점, 내가 좋아하는 류의 모습을 이야기했어요. 그 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데 펍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는 길에 류가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진지하게요.


"너 아까 왜 키랑 외모에 대해 이야기했어? 너 내 외모가 친구나 가족에게 소개해주기 부끄러워서 그래?"

"응, 농담농담, 하하, 아니 그럴리가 있겠어? 너의 다른 좋은 면을 강조하려고 걍 한거고 별 뜻 없어"

"니가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 이해하질 못하겠어"


30분 정도 길에서 이야기한것 같아요. 내가 한 말을 그런 뜻이 아니었다, 나는 이런이런 말을 하고싶었을 뿐이었다. 농담이었다..등등 설명에 설명을 했었어요. 그래도 완벽히 왜 자기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외모가 언급되어야 했는지는 100% 이해하질 못한것 같더라구요. 그 뒤로 한 두번 정도 더 심각한 대화가 있었어요. 같은 주제로 말이죠. 그 뒤로 저는 외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게 되었고 외국인과 대화할때는 아주 민감한 주제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물론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한국인에게도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요. 류랑 이 주제에 대해 심각하게 대화할때 제가 물었지요. 그럼 그날따라 이뻐보여서 칭찬해주고 싶으면 어떤식으로 해야 하냐고요. 그러니까 다른 방법으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오늘 옷이 너무 잘 어울린다, 립스틱 색깔이 너무 이쁘다, 모자가 진짜 귀엽다, 이렇게 간접적으로요. 물론 데이트하는 사이에 하는 눈이 이쁘다 등등의 간단한 칭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둘 사이에 너무 좋겠지요?


사실 한국에서였더라면 아무 문제 없었을 대답이었을거에요. 한국에 있을때도 제가 외모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 생각에요...),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구요. 


류에게는 일본에서 미국인들을 위한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미국인 친구는 작년에 그 학교로 옮기면서 일본으로 이사갔어요. (우리가 한국에 있을때 한국에 놀러온적이 있는데 부산을 아주 좋아했던 친구랍니다.) 그 학교 행정 사무실에는 일본인과 한국인 직원이 있는데 이 친구가 한국을 좋아하다보니 한국인 직원에게 한국에서 선생님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느냐고 질문을 했어요. 한국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질문은 낯선 학교의 동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기도 했지요. 그러다보니 한국, 선생님 이런 공통 분모에 대해 그 한국인 직원에게 질문을 한 것이죠. 이 미국인 친구의 질문에 대한 한국인 직원의 대답은 한국인인 저에게조차 충격이었어요.


"음.. ㅇㅇ씨는 뚱뚱해서 힘들거에요"


헉....어떻게 그렇게 대답 할 수가 있을까요... 지어낸 이야기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미국인 친구가 어이없는 (그치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류에게 이야기 해 주고 류가 이 이야기를 저에게 전해주었는데 듣는 제가 너무 민망해서 뭐라고 말을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이런식의 외모에 대한 언급이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냐고 류가 묻는데 아주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 농담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일로 만난 사이, 거기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에게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외모에 대한 지적질은 좋지 않다라는 인식이 생긴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알게 모르게, 외모에 대한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왜 살을 안빼니, 너는 키만 컸으면 더 이뻤을텐데, 코만 좀 더 높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우리 엄마가 저 어릴때 엄청 많이 한말이에요 ㅜㅠ) 눈이 단추구멍이네 등등이요. 외모에 관한 발언자체를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외모는 태어날때부터 주어진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만큼 외모에 대한 기준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생긴 그 자체로, 존재 자체로 귀하고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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