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서도 다른 아일랜드 시어머니

손녀들이 놀러왔을때 거실에 텐트치고 함께 자는 척하는 시어머니



아직도 시어머니라는 호칭이 익숙하지 않아요. 별로 험담할 것이 없어서 그런걸까요? 친구들이랑 험담을 많이 하면서 입에 착착 붙도록 연습을 해야할지도...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는 험달할 것이 없어요. 류가 어릴적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셨는데 아직도 너무 소녀소녀하시고 순수하세요. 


결혼하기전 한두달 같이 지낸적이 있었는데 한번도 저에게 무슨 일을 시키신 적이 없어요. 청소나 식사준비, 설거지 빨래 그 어느하나 도와달라거나 한적도 없으세요. 둘이 아직 사이가 너무 멀어서 불편해서 그런것이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릴수 있어요. 농담도 많이 하는데 가끔 내가 생각해도 한국이라면 하지도 못할 농담을 시어머니와 함께 하고 웃는거 보면서 저스스로도 적응이 안됩니다. ㅎㅎ 같이 류를 약올리고 골탕먹이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으신 분이에요. 하지만 저도 어쩔수 없는 한국산 여자라 처음에는 가만히 차려주는 밥상만 받고 있자니 너무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몸둘바를 모르겠고 무언가를 꼭 해야 할것 같고요. 이제는 익숙해서 시어머니가 음식을 해 주시면 맛있게 먹는것이 제가 해드릴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 열심히 먹어요. 


아일랜드에서는 아침, 점심은 간단히 먹고 저녁을 제대로 차려서 먹는데요, 한국에서는 하루에 세끼를 넉넉하게 먹는지라 아일랜드 사람처럼 먹으니 저녁에는 너무 배가고파지는거에요. 그래서 몇년전 제일 처음 시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음식을 먹었을때 접시에 담아준것은 진작에 다 먹었는데 음식을 인원수에 딱맞게 하셔서 더 달라고 할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식사 후 류한테만 살짝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는데 없었다고 ㅜㅠ 말을 했더니 아일랜드에서는 먹고 더 달라고 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흔하지 않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류가 저 몰래 시어머니께 했는데 시어머니가 엄청나게 좋아하셨다고 해요. 여느 한국엄마들처럼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그 뒤로는 식사시간에 가보면 항상 제일 음식을 많이 담긴 접시를 저를 주세요 ㅋㅋㅋㅋㅋ 이제는 남기고 싶어도 남길수 없어요. 시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릴수는 없죠!


보통 류네 집은 식사준비는 시어머니가 하시고 설거지는 같이 사는 류 동생이 하고 (어릴때부터 동생 담당이라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설거지를 합니다. 실제로 시어머니가 설거지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청소는 시어머니가 그때그때 필요할때 하시고요. 빨래는 각자가 하는데요 이건 한국이랑 진짜 다른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절대 동생의 빨래를 해 주지 않고 무엇을 해라 간섭하지 않아요. 본인 방이 아닌 류나 동생 방에는 절대 그냥 들어가는 법이 없고 항상 노크하시구요. 자녀것이라고 해서 우편물도 뜯어보지 않아요. 우리 엄마는 제 이름으로 무언가가 오면 당장 뜯어볼거에요 ㅋㅋ


아일랜드 사람들도 차를 엄청 많이 마시는데 항상 시어머니께서 만들어주세요. 왜냐하면 시어머니의 차는 정확한 농도의 홍차에 정확한 양의 우유가 들어가야 하는데 (계량해서 맞출수 없는 맛) 집에서 유일하게 그걸 맞추어 제조할수 있는사람이 동생 밖에 없어서 다른 사람이 만든 차는 안좋아하시거든요.  그러다보니 시어머니가 직접 만드시거나 동생이 만드는데 아일랜드에서는 누군가가 차를 끓일때는 항상 다른이에게 마실건지 물어보거든요. 그때 항상 '네'라고 하니까 시어머니가 만드시게 되네요. 사실 아일랜드에서는 차를 권할때 '아니요, 괜찮아요' 하는게 조금 실례이기도 해서 왠만하면 '네'라고 해요. 혹시 아일랜드에서 아이리쉬 집에 초대받거나 놀러가실때 차를 권하면 마신다고 하세요. 안그러면 마신다고 할때까지 물어볼꺼에요... ㅋㅋㅋ 기본 세번은 물어봐요. 안마신다고 하면. 


"차 마실래요?"

"아니요, 괜찮아요"

"커피는 어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뭐 다른거 마실래요?"

"아,, 차 마실께요"

차를 안마신다고 할 경우, 일반적인 대화의 흐름입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티비를 볼때 쇼파에 누워서 보기도 하는데 전혀 저를 나쁘게 생각한다거나 버릇없다거나 하지 않으세요. 오히려 피곤하다고 누워서 편하게 누워서 보라며 진짜 엄마처럼 편하게 해 주세요. 조금이라도 헛기침하시거나 의도하지 않은 소리(?)나 나올때는 부끄러워하시면서 'Excuse me'라고 양해 구하시고 그런 시어머니를 보고 있자면 귀여우시기도 하고 소녀같기도 해서 보호본능이 막막 일어납니다! 


결혼했지만 한국 일반 며느리들이 느끼는 '시댁'이라는 느낌을 한번도 느낀적 없고, 저에게 '시댁'은 머물때는 정말 우리 엄마처럼, 내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에요. 저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한마디로 서로 만나면 즐겁고 편한사이! 라고 얘기할수 있겠네요. 물론 어떤식의 관계가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 저와 시어머니의 관계가 최고다라고 하는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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