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에게 필요한 아일랜드 일상들


류는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하고 여기서 지내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향을 떠나온 만큼 그리워하는 것들이 몇가지가 있어요. 류가 제일 좋아하는 아일랜드 빵, 그리고 소세지와 라셔, 아일랜드 햄 등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힘든것들이라 그런지 더욱더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수입식품점을 여러군데 찾아봤지만 딱 원하는 그런 제품은 아직 찾질 못했어요. 흑흑..


음식을 제외하고 얘기해보자면 우선 아침의 여유로운 차 한잔을 그리워해요. 늦으막히 일어나 차가운 공기,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데크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아침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번씩, 비가 많이 오지 않는 날은 항상 살랑살랑 바람이 흔드는 나무 소리와 졸졸졸 시냇물소리를 들으면서 여유로운 차를 마셨지요. 당시에는 바람이 차다고, 할일이 있다고 이래저래 대충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평화롭고 행복한 기억이에요.





그렇게 차를 한잔마시고 나면 본격적으로 일상을 시작합니다. 아일랜드는 한국처럼 더운 여름이 없어서 5-6월에도 벽난로를 피우기도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기름보일러를 많이 쓰지 않고 되도록이면 장작을 태웠어요. 우리는 항상 아침에 집앞에 있는 숲속에 가서 바닥에 떨어진 잔 가지들을 주워왔어요. 처음 불을 붙일때 작은 가지들이 많이 사용하면 불을 붙이기가 쉬워요. 생각하면 불 피우는게 뭐가 어렵겠냐 하실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어렵답니다. ㅎㅎ 저희 제부도 와서 몇번 시도했지만 거의 실패했어요.. 요령도 필요하고 단계에 따라 적당한 크기의 나무나 가지를 넣어주어서 불을 키워주어야 하거든요. 


매일매일 한 두시간정도 장작을 준비했어요. 땔감은 동네에 장작을 파는 사람에게서 사옵니다. 한번에 150유로(?) 잘 기억에 안나네요. 이 정도로 주문하면 두달 정도, 아껴쓰면 3달정도 쓸 수 있는 장작을 배달해줍니다. 하지만 우리 벽난로는 장작에 비해 작아서 항상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했어요. 아침에 그날 필요한 만큼 다시 장작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는거지요. 





저런 나무들을 줏어다가 창고에 보관하면서 몇일 또는 몇주동안 건조시켜줍니다. 그러면 류가 잘게잘게 쪼개어서 불을 피우는데 쓰는데 나무를 잘게 자르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네요.. 





장작을 패러가는 모습. 가끔 나무조각이 튀어서 고글을 쓰고 ㅋㅋㅋ 손에는 류가 너무나 아끼던 도끼를 들고 그날의 나무를 하러 갑니다. 류는 장작 패는 이 일이 지금 너무 그립다고 해요.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적당히 잘라진 나무를 이리저리 옮기고 하다보면 기분이 참 좋다고 하네요. 





나무를 다 하면 거의 점심시간이 돼요. 그럼 또 차한잔.  오래되고 벌레도 많은 집이라 할 일이 참 많은 집이었는데 류는 그래서 더욱 이 집에 애착이 가나봅니다. 이 데크에서 시간을 참 많이 보냈었어요. 차 뿐만아니라 햇살이 좋을때마다 나와서 간식도 먹고 식사도 하고 그랬었네요.





ㅎㅎㅎ 재미있는 사진이에요. 류가 또 하나 그리워하는것, 여기집 데크에서 맥주한잔 하는 것. 이 집은 나홀로 있던 집이라 밤이되면 정말 깜깜해져요. 그래서 은하수도 보이고 별이 아주 많이 보이거든요.  차가운 공기에서 맥주한잔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했었는데 여기서는(한국 지금 우리가 있는 곳) 그렇게 하다가는  이웃주민에게 신고가 들어오겠지요 ㅎㅎ. 그러다 술이 좀 오르면 사진처럼 슬리핑백을 가지고 나갑니다. 데크위 슬리핑백에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그냥 멍하기 별보는걸 좋아했어요.  





바로 이 사진 처럼요.. 이 날은 날도 아주 쌀쌀했는데 얼어 죽을까봐 나가봤더니 이렇게 하고 있더라구요. 배를 깔고 엎드린 채로 자고 있길래 흔들어 깨운뒤 너무 추우니 집으로 들어가자고 하니 류가 하는 말..


"나 별보고 있어"


아니 엎드려 누워서 얼굴을 데크에 묻은채로 자고 있으면서 어떻게 별을 본다는 건지.. 너무 웃겨서 별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자기도 웃으면서 볼 수 있다고 ㅋㅋㅋㅋ 


이런 일상들이 지금 류에게는 필요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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