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스타 류




지난 번 포스팅을 하다가 사진을 뒤적거리다 류와 북촌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자 그날 일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는데요, 정말 엄청나게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아일랜드는 따뜻하지는 않지만 한국처럼 또 극단적으로 춥지는 않아서 한국의 추위는 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장갑을 끼고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도 손가락이 얼어서 부러질것만 같고 귀가 떨어져나갈것만 같은 날씨, 한국분이라면 누구나 다 아시겠지요. 류도 저한테 한국의 겨울이 춥다춥다 말만들었지 직접 와보니 생각했던것보다 더 추워서 몇시간 동안 북촌을 돌아다니는데 둘다 지옥을 맛보고 온 기분이었더랬지요. 


날씨는 정말 추웠지만, 그 전날에 눈이 와서 북촌마을에 소복히 쌓인 눈을보고 있자니 그게 또 너무 이뻐서 추운날씨에도 돌아다닐수밖에 없었지요. 아마 외국인친구들이나 가족이 있으신분들은 공감하실것 같은데 이렇게 한옥이 이쁜데 왜 네모난 빌딩만 서울에 가득 지어놓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그날 류가 하루 종일 저에게 한 이야기였어요. 류의 꿈 중에 하나가 한국의 시골에 한옥을 짓고 텃밭을 가꾸고 사는 것이랍니다. 


암튼 그날 북촌을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사복경찰이 서 있는 곳들을 지나면서 청와대가 근처에 있어서 이분들이 거기에 있으시다고 했더니 류가 청와대를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청와대 앞길로 걸어갔는데 마침 관광버스 한대가 서더니 안에서 중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중국학생들이 우르르 내리더라구요. 수학여행을 왔는지 경복궁을 구경하러 온듯 했습니다. 류와 저도 온 김에 경복궁을 둘러보려고 앞을 서성있는데 그 중국인 무리 중의 한명이 스리슬쩍 우리 근처로 와서 사진을 찍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와 류는 편하게 찍으라고 옆으로 비껴주었지요. 그랬더니 사진을 찍던 그 학생이 류에게 와서 사진을 찍는 제스추어를 하며 중국어로 무어라고 말을 합니다. 류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인줄 알고 찍어주려고 했지요. 그런데 결과는...







 

 

 

 



그 학생은 카메라를 친구에게 주더니 류 옆에 가서 섭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사진을 찍자마자 다른 학생들이 차례로 류 옆에 서고 사진을 계속 찍습니다. 저는 옆에서 빵~터졌고 상황이 너무 웃겨서 그 장면을 몇장 찍어두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쓰임이 있군요! 


비슷한 경험이 한번 더 있었어요. 하루는 홍대에 있는 한 카페에 류와 갔었습니다. 그날따라 카페에는 저희와 저희 반대쪽에 한 커플 이렇게 단 4명밖에 없었지요. 1층에 구매대가 있고 2층은 테이블만 있어서 음악소리와 소곤거리는 소리빼고는 아주 조용해서 분위기가 좋았던 카페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잠시후 한 무리가 이층으로 올라오는데 10명정도 되는 중국인 가족의 여행객이었습니다. 모두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카페 사진을 찍었는데 그 각도가 딱 저희를 향해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사진에 우리가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류가 조용히 다가가서 카페 사진 찍으시냐고 그럼 우리가 잠시 비켜주겠다고 하니 No No 하더니 다시 돌아가 앉으니 다른 일행까지 같이 와서 사진을 계속 찍었더랬죠. 다시 가서 혹시 우리를 찍은거면 지워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카메라 보는 척하더니 그냥 내려가셨습니다.... 두번째 경험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북촌에서  그 학생들이 왜 사진을 함께 찍어갔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인이 신기한 시대는 이제 아니니 류가 제가 모르는 어떤 연예인을 닮았을까요?.. 


그날 하루 류는 수십명과 사진을 찍었고 잠깐이지만 북촌에서 스타가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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