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시골 생활의 즐거움


프랑스에 살기전 우리는 아일랜드의 아주 작은 동네에 살았었어요. 그 동네도 작은데 우리 집은 그 작은 동네에서도 30분정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지요. 집 바로 앞에는 숲이 있고 다른 집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게다가 우리는 차도 없어서 마을로 나가는 것은 나름 큰 일이었지요. 이주일에 한번씩 테스코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달을 시키고 중간 중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대부분 류가 마을까지 걸어갔다 왔어요. 운동하는 샘 치고 가는 길은 간단한 조깅으로, 돌아올때는 배낭에 가득 음식을 담아 산책하듯 걸어왔어요. 아일랜드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마을에 갔다가 돌아올때에 비를 맞고 오는 일이 빈번했는데 그렇게 비를 맞고 마을을 일주일에 두세번씩 걸어다녀도 류는 너무너무 즐거워했답니다. 지금도 그 곳을 많이 그리워해요.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서 노래를 크게 불러도 되고 데크에 앉아서 차 마시면서 해를 즐기기도 하고 너무나 자유로웠거든요. 


이런 작은 시골에 있는 집이라서 지금까지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는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노크를 합니다. 마을에 사는 한 농부인데요. 우리에게 잠시 밖에서 소들을 막아달라고 합니다. 응?? 이해가 안되시죠?






바로 이런 장면이에요. 소들은 들판에 풀을 뜯어 먹는데 농부들은 들판에 구역을 나누어 주기적으로 소들을 각 구역을 차례로 돌아가며 풀어놓습니다. 소들이 한쪽 들판에 풀을 먹는 동안 다른 들판에는 풀들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다른 들판들에 풀이 적당히 자라면 소들을 또 그 쪽 들판으로 이동시키는 거죠. 이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어요. 소들은 길이 나있는곳 아무곳이나 가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집은 우리가 지킨다! 하는 마음으로 집 입구를 막아서고 있어야 해요. 그래도 장난꾸러기 소 한 두마리는 꼭 뒷 마당 깊숙히 까지 들어와서 쫒아다니며 내보내야 했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소를 방목해서 키우는 일이 잘 없어서 이런 에피소드는 잘 없을듯 해요. 


시골에 살면서 겪은 또 다른 일은 좀 무섭기도 했어요. 그 날은 류가 더블린에 있는 가족에게 일이 있어서 하룻밤을 저 혼자 자야하는 날이었는데요. 저녁에는 밖에 해가 지고 나면 가로등도 없어서 정말 깜깜하거든요. 대신 하늘에 별이 아주 잘 보여요. 그날도 역시 너무 깜깜하고 그리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니 가끔 차가 다니는 소리빼고, 새소리, 바람소리 빼면 정말 조용해요. 혼자 저녁을 먹고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의 거대한~ 트름소리가 나는 거에요. 꺼~억~하는 소리가... 갑자기 저는 얼음이 되어서 아무도 올 일이 없고 나 혼자 있는집에, 트름하는 소리가 이렇게 가까이 들리는 거리에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운거에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저는 핸드폰을 들고 류에게 전화하려는 준비를 마친 후 혹시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하고 기다렸지요. 그런데... 그런데... 잠시 후 들려오는 소리는 바로... 음메~~~~~ 음메~~~~~~ 


그렇습니다. 소가 데크 바로 앞까지 와서 풀을 먹고는 트름을 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우렁차고 사람소리 같아서 제가 착각했던거에요.. 혹시 소 트름소리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건장한 성인남자 소리 같아요.. 





이러게 가까이 소들이 와서 밤에는 조용하니 더 크게 그 소리가 울렸던 거지요.. 조금 어이없기는 했지만 그때 잠깐 깜놀한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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